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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군산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지막한 산 중턱에서 자란 필자도 그랬다. 바람 부는 날이면 산꼭대기에 올라 두 팔을 펼치고 휘휘 저으며 하늘을 나는 흉내를 내곤 했다. 그러다 귀가 먹먹할 만큼 큰 굉음과 함께 하얀 꼬리를 길게 남기며 날아가는 전투기를 보았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소박한 꿈은 그 순간 경외감으로 바뀌었다. 저 거대한 쇳덩어리를 하늘로 띄우고, 소리보다 빠르게 날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필자처럼 하늘을 향한 꿈을 경외감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꿈을 기술로 구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항공기를 구상하고 설계하며, 수없이 시험하고 고치고, 마침내 하늘로 올려 보내는 사람들이다. 세계 항공기 개발의 역사는 바로 그들이 불가능의 경계를 한 걸음씩 밀어낸 기록이다.
공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강한 전투기가 생존권을 지킨다
필자는 인간이 마주한 가장 근본적인 한계가 시간과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 직접 대화할 수 없고, 한순간에 내가 서 있는 지.과 다른 장소를 동시에 물리적으로 .유할 수도 없다. 인류는 기록과 통신으로 시간의 단절을 잇고, 수레와 배, 철도와 항공기로 공간의 제약을 줄여 왔다. 기술의 역사는 결국 한정된 생애와 신체를 가진 인간이 더 먼 곳에 도달하고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 벌여 온 도전의 역사다.
비행하고 있는 KF-21 전투기. 수많은 실패와 위기를 극복하고 개발된 한국형 전투기다. 방위사업청 제공
그중 항공기는 공간의 한계를 가장 극적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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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는 시간을 거슬러 이동하게 해 주지는 않지만, 이동에 드는 시간을 줄여 같은 하루와 같은 생애 안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 직접 몸을 두는 곳은 한 지.뿐이어도 더 많은 도시와 사람, 문화와 연결되면서 개인이 경험하고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 。유 공간은 확대된다. 이 글은 그 공간의 한계를 조금씩 축소해 마침내 하늘을 인간의 활동영역으로 만든 사람들에 관한 역사다.
전장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냉혹하게 보여 주는 공간이다. 전투기는 적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먼 공간을 보고, 。유하고, 차단하는 수단이 되었다. 항공력과 결합한 군대는 지상과 해상, 전선과 후방의 경계를 바꾸었고, 국가가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지상과 해상, 공중의 방어 수단을 스스로 확보한 국가는 비록 최강국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존과 선택을 남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을 수 있다.
수많은 실패와 위기를 극복하며 탄생한 기적...KF-21
한국형 전투기의 개발자들이 우리에게 처음으로 전투기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공군은 오랫동안 외국산 전투기를 도입해 영공을 지켜 왔다. 그들이 이룬 일은 더 근본적이다. 남이 설계한 전투기를 운용하고 정비하던 나라가 스스로 항공기를 설계하고, 시험하고, 양산하고, 계속 성능을 개량하는 나라로 변신했다. 공군의 기획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정책·사업관리자,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진과 항공학계 연구자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수많은 방산기업의 기술자와 생산 인력이 함께 만든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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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 성공까지 지난 40여 년 동안 K-방산은 국산 항공기 개발과 관련한 수많은 실패와 논쟁, 사업 중단 위기와 기술적 한계를 견디며 한 단계씩 성장해왔다. 항공기 개발에서 작은 오류 하나는 사람의 생명과 국가의 신뢰를 위협한다. 그래서 시험은 혹독할 수밖에 없고, 개발자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자주 마주한다. 그 긴 축적의 시간을 견딘 사람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마침내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를 하늘에 띄울 수 있었다.
이 글은 그 도전에 나서 마침내 기적을 만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하늘을 향한 꿈을 설계도와 부품, 소프트웨어와 시험비행으로 바꾼 사람들, 실패의 책임을 두려워하면서도 다시 시험장으로 향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40여 년 동안 한국형 전투기의 계보를 이어 온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그들이야말로 세계 항공기 개발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기적을 만든 사람들이다.
여기서 잠깐! 세계 항공기와 전투기 개발의 역사 탐구
세계 항공기의 역사는 1903년 12월 17일 미국 키티호크에서 라이트 형제가 플라이어호를 12초 동안 약 36m 비행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항공기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정찰수단에서 전투수단으로, 그리고 국가의 제공권과 정밀타격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무기체계로 발전했다.
1세대...주로 정찰 임무에 투입됐던 프로펠러 항공기
초기의 항공기는 프로펠러와 왕복엔진을 사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주로 적군의 위치를 확인하고 포병 사격을 수정하는 정찰 임무에 투입됐다. 이후 상대방의 정찰기를 막기 위해 항공기끼리 교전하기 시작했고, 프로펠러 사이로 기관총을 발사할 수 있는 동조장치가 등장하면서 전투기가 독립된 무기체계로 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로펠러 전투기는 속도와 상승력, 항속거리와 무장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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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기 항공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조종사의 시야와 기량, 기체의 속도와 기동성, 기관총과 기관포였다. 무엇보다 이 단계에서 항공기의 기본적인 기체설계, 공기역학, 엔진, 조종·비행시험, 생산기술이 축적됐다. 이후 모든 고성능 전투기 개발의 기초가 마련된 시기였다.
2세대...제트엔진으로 초음속 돌파, 미사일 장착
제2차 세계대전 말 제트전투기가 등장했고, 1950년대에는 F-86과 MiG-15 같은 제트전투기가 한국전쟁에서 본격적으로 운용됐다. 제트엔진의 도입으로 전투기의 속도와 상승력, 작전고도가 크게 향상됐다.
미 공군 전쟁기념관 한국전 갤러리에 전시된 미그 15 '레드 2057'기. 위키피디아
이어 1950년대 중반 이후 애프터버너와 후퇴익·삼각익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투기는 음속을 돌파했다. F-104, MiG-21, 미라주 III 등이 대표적이다. 레이더와 초기 공대공미사일이 장착되면서 전투기의 역할은 근접 공중전에서 고속 요격으로 확대됐다. 이 단계에서 축적된 핵심기술은 제트추진, 초음속 공력설계, 레이더, 유도미사일이었다. 전투력의 기준 역시 단순한 기동성에서 빠른 접근과 탐지, 원거리 요격능력으로 확대됐다.
3세대...전자전·정밀타격 수행하는 다목적전투기
1960~70년대에는 전투기의 레이더와 미사일 성능이 향상되고 정밀유도무기와 전자전 장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F-4 팬텀과 MiG-23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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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호 한국항공대 교수(전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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